[TIL] 2023-04-28 듣는 것의 힘은 위대하고 강력하다.
말의 힘은 위대하고 강력하다.
하지만 들어주는 것의 힘은 그보다 세배는 강력한 것 같다.
코드리뷰를 하다가 정말 많이 화가 났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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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금이라도 도움 되려고 내 업무 시간 할애해서 고심해서 리뷰하려 노력해 왔던 터였다.
하지만 그런 노력들이 저런 반응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.
열불이 너무 나서 머리가 뜨끈뜨끈해져 몇 분 간 일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.
탁상 선풍기를 머리에다 대고 심호흡을 계속했다.
화가 나서 있는 대로 따지고 싶었다.
로컬에 있는걸 제가 어떻게 봅니까?
애초에 로컬에 있는 코드가 다른 상태인데 왜 이 pr을 올립니까?
작업 중이라면 내가 못 보는 게 당연한데 그런 말을 기분 나쁘게 왜 합니까?
나는 당신 기분 생각하면서 혹시라도 기분 상할까봐 고심하고 신경 쓰는데 왜 당신은 안 그럽니까?
영문법처럼 기본적인 것부터 고치지 않으면 코드를 어느 수준까지 의심해야 하는 코드로 만들 생각이십니까?
나는 시간이 남아 돌아서 내 업무 시간 할애하면서 당신이 이해하기 어렵게 짜놓은 코드 이해하려 머리 싸매고 듣는 사람 기분 생각해 가며 신경 써서 리뷰하는 줄 아십니까?
회사 코드의 품질과 개발자들끼리 협업을 더 좋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건데 왜 이해를 못 해줍니까?
등등.. 수만 가지 생각과 푸념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.
정말 따지고 싶었지만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일단 참았다. 많이 고민했다. 당장 답변하면 좋은 말이 안 나올 것 같아서 일단 무응답 상태로 남겨놓았다.
주위로부터 고민 상담을 했다. 위로도 받았다.
그러다 코드숨에서 상담하며 굉장히 놀랍고 신기한 경험을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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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화가 나고 서러워서 마악 불만을 토로하는데 상담자분께서 고심한 게 티 나는 언어로 계속 내 마음을 대변하면서 공감해 주셨다.
어떤 해결책이나 조언은 단 1도 없었다.
그런데 공감받는 것만으로도 응어리진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짐을 느꼈다.
그런 상담자분을 보며 불현듯 깨달았다.
이거구나.
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다.
들어주고, 공감해 주기.
원래 이 포스팅의 제목은 말의 힘은 위대하고 강력하다. 였다.
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최대한 신중하게 말하자. 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.
그러나 오늘 사건을 회고하며 더 중요한 게 뭔지 알게 되었다.
그래서 오늘 포스팅의 제목이 바뀌었다.
듣는 것의 힘은 위대하고 강력하다.
나도 상담자분의 능력을 얻고 싶어서 여쭤보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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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런 상담 기법을 "동기 면담"이라고 한다.
나도 리서치하여 체화해야겠다.
너무 화가 나고 서러웠던 감정의 폭풍으로 점철되는 최악이 될뻔 했던 하루는,
그걸 잠시만 꾹 참아내고, 최선의 결과를 이뤄내려 노력하니
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하루가 되었다.
저렇게 답변하니 돌아오는 답변도 친절한 어투의 사과와 걱정이었다. 잘 해결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고 감사하다.
행복해라~~😙😍
더 배우고 성장하자.
더 수양하여 멋있는 개발자, 멋있는 사람이 되자.